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가벼운 멸치 향기가 부엌 가득 번져오면
잘 삶아진 소면은 맑은 바다 위에 자리를 잡네
노란 지단과 초록 애호박, 붉은 당근 고명이
정성스레 수놓…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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볕이 내리쬐는 오후, 늘어진 그림자 사이
정갈한 대나무 판 위에 놓인 거친 면발
메밀꽃 하얀 향기 머금은 짙은 갈색의 유혹
투박한 그 질감이 전…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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커다란 솥 안에서 밤새 익어간 시간
뽀얗게 우러난 돈코츠의 깊은 고백
나무 젓가락 사이로 길게 뻗은 자가제면
단단한 식감 속에 숨어있는 장인의 …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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모락모락 피어나는 연기 사이로
붉게 물든 국물은 마치 내 마음 같아서
차가운 바람 불어오던 외로운 오후
난 그대 앞에 앉아 한참을 말없이 보네
…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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진흙의 무게를 견뎌낸 작은 껍질들의 견고한 입술
뜨거운 파동 속에 비로소 감춰둔 속살을 드러내고
투명하게 우러난 국물은 바다의 정갈한 여백을 닮…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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햇살의 무게를 견디며 여물어간 단단한 알곡들
맷돌의 무거운 자전 속에 입자를 지우고 액체가 되네
서늘한 그늘의 온도를 닮은 걸쭉한 상아빛 심연
…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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육수의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살얼음의 파편들
메밀의 거친 조직은 차가운 밀도 속에 응축되고
동치미의 산미와 육향의 농밀함이 만나는 경계선
정지된…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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살얼음 섞인 차가운 바닥 위로 덧칠해진 진홍빛 농도
전분의 탄성이 빚어낸 면발은 질긴 운명처럼 엉켜있고
고추장 베이스의 짙은 점성이 식어있던 감…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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진하게 우려낸 멸치 육수의 노란 안개 너머
정성으로 채 썬 지단과 호박의 다채로운 질서
하얀 면발은 폭포처럼 그릇 속에 내려앉아
단조롭던 식탁 …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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입을 굳게 다물었던 조개들이 뜨거운 열기에 몸을 열고
바다의 염분을 품은 새우와 미더덕의 거친 호흡
투박하게 썰린 면발 사이로 투명한 수심이 스…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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나무젓가락 쪼개며 시작되는 설레는 의식
윤기 흐르는 까만 소스 그 아래 숨겨진 면발
왼쪽으로 오른손으로 골고루 비벼낼 때면
코끝을 먼저 반기는 …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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희뿌연 김 서린 유리창 너머로
졸업식 날의 아빠가 웃고 있네요
윤기 흐르던 그 까만 소스 위로
나의 작은 꿈들이 쏟아지던 날
나무젓가락 나누던 …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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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하얀 접시 위
돌돌 말려 올라온 탄력 있는 면발의 유혹
노란 노른자 옷 입고 반짝이는 그 빛깔은
나른한 오후를 깨우는 …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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팬 안에서 달그락거리는 경쾌한 리듬 속에
입을 맞춘 조개들이 건네는 뽀얀 인사
화이트 와인 한 방울에 날아가는 잡념들
주방 가득 퍼지는 맑고 투…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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하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
커다란 그릇 그 속에 맑게 비치는
우리들의 오늘 이야기
부드러운 면발 사이로
전해지는 온기 속에 차갑게
얼어붙은 …